코로나19 위기도 극복…“예술산업 신선한 변화 이끌고파”
세계의 대중문화·예술 영역에서는 이른바 ‘K 시리즈’의 인기가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세계 무대를 호령하는 킬러 콘텐츠가 연이어 나오면서 한국의 문화와 예술이 각 분야의 주류로 굳건히 자리 잡는 중이다.
반면 이런 해외 상황과는 달리 국내의 예술 시장 상황은 늘 녹록지 않다. 특히 예술의 산업화를 꾀하는 신생 예술기업들은 척박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기업들이 있다. 기존 예술생태계를 비롯해 예술 산업 전체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젊은’ 예술기업들이다. 5년 안팎의 비교적 짧은 업력을 가졌지만 사업 모델 고도화를 통해 업계 전체의 예술 분야 창작과 유통, 소비 방식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 댄스 통한 밸류체인 구축…안무의 디지털화 나선 ‘댄스트럭트’
유통 방식의 전환을 통해 예술산업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기업도 있다. 모션 캡처를 통한 디지털 안무 제작·유통 솔루션을 운영하는 ‘댄스트럭트’다. 2020년 창업해 올해로 4년 차를 맞은 댄스트럭트는 댄스 인플루언서 발굴과 콘텐츠 제작, 마케팅, 커머스, 저작권 관리 등 댄스 산업과 관련한 종합적인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는 문화콘텐츠 스타트업이다.
댄스트럭트의 목표는 댄서와 안무가의 창작 활동과 그로 인한 창작물이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수치화하기 어려웠던 안무 저작물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유통 방식과 채널을 다양화하려는 시도다. 전통적으로 오프라인에서 주로 소비되던 댄스 예술산업을 게임 시장 등 온라인으로 끌어오기 위한 노력이다.
댄스트럭트는 크게 춤과 관련한 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스튜디오 사업부와 안무 콘텐츠를 3D화 하고 게임 및 메타버스 플랫폼에 유통하는 3D 안무 콘텐츠 유통 사업부(아키드) 두 부문으로 나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아키드는 모션 캡처 기술을 통해 K팝 안무를 비롯한 여러 댄스 콘텐츠를 3D 데이터로 전환하고 이를 자산화한 뒤 게임이나 메타버스와 등에 유통하는 서비스다.
댄스트럭트는 아키드를 통해 3~5년 안에 댄스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룬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안무 저작권자들이 안무 저작물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10년 후에는 글로벌 최초 댄스 엔터테인먼트 상장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이를 위해 3D 모션 콘텐츠 제작 효율화를 위한 편집 자동화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스튜디오 사업부는 우수한 무용 기관 및 축제를 비롯해 인기 댄서·안무가와도 수시로 협업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기도무용단과 서울세계무용축제, 댄스 예능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로 유명세를 탄 가비 등과 협업했다. 이를 통해 나온 다양한 콘텐츠는 누적 조회수가 총 3천300만 회에 달하고 구독자 12만 명을 모을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윤혜린 댄스트럭트 대표는 “기존 예술시장 안에 갇혀 있지 않고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거나 시장이 크는 곳으로 예술을 옮기려는 시도가 점점 느는 중”이라며 “이에 대한 방법과 고민도 이전에 비해 훨씬 성숙해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 놓인 이들의 예술에 대한 이해도와 시장논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중이라 ‘곧 예술 르네상스 시대가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작품과 보내는 예술적인 하루…아트스테이 선보인 ‘다이브인그룹’
예술과 공간을 잇는 시도는 또 있다. 몰입형 아트 플랫폼 ‘다이브’를 운영하는 다이브인그룹이다. 2019년 창업한 다이브인그룹은 국내외 호텔과 파트너십을 맺고 기존 객실을 갤러리형 숙박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다이브인 아트스테이’를 주요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이브인 아트스테이는 기존 호텔의 시설과 서비스를 누리는 동시에 작가의 작품으로 둘러싸인 객실에 머물 수 있는 서비스다. 객실 전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재창조돼 이곳에 머무는 방문객은 휴식과 예술 작품 감상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은 구매도 가능하다. 현재 서울과 제주, 부산, 경주 등 4개 지역에서 약 38개의 아트스테이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단독으로 건물을 임대해 운영하던 다이브인그룹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맞았으나 이를 기회로 바꿨다.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어 운영하지 않게 된 객실을 아트스테이로 바꿔 운영하면서 수익성을 재고하고, 미술관이나 갤러리뿐만이 아닌 호텔이라는 공간에서도 예술 작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 방식의 전환까지 시도한 것이다.
서울의 한 호텔에 도입한 사업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을 계기로 가능성을 엿보면서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다른 호텔들과도 공격적으로 파트너십을 맺는 중이다.
국내 38개 아트스테이 객실을 비롯해 국내 5성급 호텔과 싱가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 호텔과도 관련 협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외에서 100~150개의 아트스테이 객실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국내외에서 5천 개 이상의 아트스테이 객실을 오픈하고 이를 통해 국내외 예술 콘텐츠 교류까지 이뤄내는 유통 플랫폼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다.
정창윤 다이브인그룹 대표는 “예술 분야는 결국 ‘가치 산업’으로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예술가의 작품을 공간에 녹여내 예술 작품을 소비하는 방식의 새로운 전환을 꾀하고자 한다”며 “우리를 통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콘텐츠 제작자들이 전세계 국가와 도시에서 그들의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 ‘공간과 뮤지션 가교 역할’…매칭·예매 서비스 운영하는 ‘소켓’
소켓은 공간-뮤지션 매칭 및 공연기획 플랫폼인 ‘모우미’를 운영 중인 공연기획사다. ‘예술과 사람을 연결한다’는 모토로 다양한 공간과 로컬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뮤지션들을 매칭하고 이를 통해 공연을 만들고 있다. 모우미는 공간을 원하는 뮤지션과 뮤지션의 공연을 원하는 공간을 연결하는 만남의 장소이자 뮤지션들에게 다양하고 새로운 공연기회를 만들어주는 기회의 장인 셈이다. 이런 서비스는 공연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과 수도권 간 문화예술 향유 방식의 불균형이 생기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소켓은 ‘소비되는 공연예술’을 목표로 로컬 기반의 공연예술시장 확장과 공연 문화 활성화에 주력하는 중이다. 특히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와도 다양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 뮤지션들과 협업하는 사례도 점차 쌓이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소켓은 공연을 만드는 공간, 뮤지션, 구매자의 데이터를 모아 로컬 기반의 공연예술시장 확장까지 꾀하고 있다. 2019년 8월 창업한 소켓은 2년 연속 연평균 매출이 10억 원에 달하는 등 안정적으로 성장 중이다.
물론 처음부터 소켓이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창업하자마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장애물을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온라인 송출 공연 콘텐츠 등 생존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며 힘든 시기를 버텨낼 수 있었다.
특히 모우미 서비스가 협소한 곳에서도 소비되는 예술을 표방한 까닭에 지자체, 지역 뮤지션들과의 다양한 협업을 이뤄냈고 이는 곧 브랜드 인지도 향상으로 이어졌다. 올해는 4개월간 티켓 매출 4천만 원을 달성하는 등 유료 공연 구매 고객도 점진적으로 확보하는 중이다.
유대현 소켓 대표는 “1달에 100~3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매칭 공연을 만드는 것과 모우미 서비스의 플래그십 오프라인 공간을 기획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며 “앞으로 창업하게 될 예비창업가와 예술가, 업계 관계자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기업은 국내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인 ‘컴업(COME UP) 2023’에도 참여한다. 이달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컴업 2023’에서는 이들을 비롯한 5개 예술기업의 회사소개를 볼 수 있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홍보 부스가 운영된다.
행사 이틀차인 9일에는 ‘시대의 게임체인저, 예술기업! 변화의 시기에는 언제나 예술기업이 있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컴업 X - 예술경영지원센터(COMEUP X 예술경영지원센터) 데모데이’ 행사가 마련됐다. 데모데이에서는 해당 기업들을 비롯한 5개 예술기업들의 투자유치(IR) 피칭과 패널토크를 통한 질의응답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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